파편

멈춰진 시간

latespring 2013. 11. 6. 00:31



  기다리는 버스가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서 있는데 누가 등뒤를 살짝 누르는 느낌이 들어 돌아봤더니, 몇 년 전에 헤어졌던 옛 연인이다. 항상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오겠지 염두해왔는데,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 친구는 편히 웃고 있었다.


  길을 걷다 내가 그 친구의 뒷모습을 알아 봐도, 내가 그 친구의 등을 누르며 아는척을 할 용기가 있을까... 나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서로 미안한 마음 뒤에 내가 선택한 길은 그랬다. 그냥 잘 지내라는 한마디...


  서로 어색해질 무렵 버스가 오고, 나는 다행히도 틈새에 밀려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수많은 풍경이 지나는데, 시간은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버스에서 내리는데, 누군가 내게 등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며 건내주었다.


  내 두 손바닥을 모아 물을 모아 마시면, 그게 내 한모금이었는데, 넌 내게 그런 사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