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책 이야기

우산만 말고 마음도, <관계의 물리학>

latespring 2018. 6. 4. 22:29

  일기예보는 자주 빗나간다. 그렇더라도 비 예보가 뜨면 우산을 챙겨들고 나간다. 맑은 날이건 흐린 날이건 외출할 때 꼭 챙겨야 하는 우산이 있다. 바로 자존이다. 사람들은 이 호신용 마음을 자존심, 혹은 자존감이라고 부른다. 이 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심은 경쟁관계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고,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한다는 측면에 차이가 있다.

  자존감은 나를 보호하고 지키는 방패다. 언제 어디에서 매복한 적군의 화살이 날아올지 모른다. 내 방어력이 최대치일 때 화살은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문제는 내 자존감이 바닥났을 때다. 화살촉에 묻은 모욕감이라는 독은 내 몸 안에서 죄책감으로 퍼진다. 화살을 쏜 적병의 책임이 아니라 피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 된다. 자기비하는 스스로를 열패감에 빠뜨린다. 감각 마비처럼 정서 마비가 일어나고 삶은 빠르게 자기 연민 모드를 작동시키고 모든 의욕을 놓아버린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