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책 이야기
인간실격
latespring
2019. 1. 10. 12:32
2019. 1. 8.
미쳐 다 마시지 못한 한 잔의 압생트.
나는 영원히 보상받기 어려운 그 상실감을 나 혼자 그렇게 표현합니다. 그림 이야기만나오면 눈앞에 미쳐 다 마시지 못한 그 한 잔의 압생트가 떠오르고, 아, 그 그림을 이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내 화가로서의 재능을 믿게 해주고 싶다, 라는 초조감에 몸부림치는 것입니다. (97쪽)
그가 말하는 '세상'이란 게 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형일까요? 어디에 그 세상이라는 것의 실체가 있을까요. 아무튼 막강하고 살벌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그래도 호리키의 그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그 세상이라는 건 바로 너지?"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오려고 했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내뱉지는 않았습니다. (102쪽)
하지만 그때 이래로 나는 이른바 '세상'이라는 건 어느 한 개인이다'라는 철학 같은 것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나 세상 사람이라는 건 어느 한 개인이라고 생각한 뒤부터 나는 그때까지보다 조금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시즈코의 말을 빌리자면, 약간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어물어물하지 않게 되었다는군요. 또한 호리키의 말을 빌리자면, 어째 좀 쩨쩨해졌답니다. 또한 시게코의 말을 빌리자면, 시게코를 별로 귀여워해주지 않게 되었다네요. (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