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한량

latespring 2013. 3. 12. 23:35


  맨밥을 씹어 아침으로 먹었다. 점심쯤 꽈배기 도너츠를 사먹고, 다큐멘터리를 봤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풀어 내려는 감독의 상상력이 가여웠고, 내용이 산만하고 흐름은 흩어져 있었다(새로운 학교-학생인권 이등변삼각형의 빗변 길이는?). 

  지하같지 않은 카페에서 차를 식기 전에 마시고, 책을 봤다. 녹차는 여전히 예민했다. 앉았을 때는 빈공간이 많았는데, 한 시간이 지나 빽빽해진 공간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지상으로 밀어냈다. 나와서 영화를 봤다. 전형적인 청소년 드라마 같은 이야기(천국의 아이들). 나가고 싶었지만, 앉아서 시간을 죽였다. 

  어둠이 내린 시내를 배회하다, 영활봤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속도가 좋았고, 친구와 친구 사이의 말과 마음을 잘 풀어낸 영화(파수꾼)였다. 이야기도, 편집도, 연기도 모두 좋았다.  

  끝나고 나와서 막걸리를 마시고 싶었지만, 국수를 먹었다. 국수와 깍두기를 내어주시던 사장님이 "묵도 드릴까"하는 말에 순간 고민하다 달라고 해서 쪼개지 않고 세 점을 먹었다. 내어주신 것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한량다운 하루였다.

  비가온다. 비가 그치면 숲비린내를 맡으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