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속수무책
달팽이가 지나간 길은 축축하다
latespring
2013. 3. 3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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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움직일 때마다 분비물을 흘리는 것은, 배춧잎에 붙어 있는 솜털이 내겐 덤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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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집을 나선다 저 사내는 볕을 두려워하는 달팽이다 다행히 오늘은 햇살이 비춰지지 않는다 아니 이젠 비춰진다고 해도 무관할 것이다 사내에겐 꽃상추 같은 공원이 생겼으니까, 실직한 저 사내의 딱딱한 집 속에는 물렁물렁한 아내가 산다 건들기만 하면 젖무덤이 금세 봉긋해지는 그녀는 하루종일 통조림용 마늘을 깐다 그런 이유로 사내의 눈이 매웠을까 사내가 눈을 훔치며 지나간 골목이 축축하다
- 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