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바람의 냄새
latespring
2013. 4. 19. 20:44
나를 답답하게,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것들을 날려보냈다. 소식을 날려보내려 가는 길에 소식을 만났다. 이래서 인생은 익사이팅!
김밥을 샀고, 놀러 갔다. 전주천과 만경강 사이에서 공무도하를 읽었다.
바람이 쉬지 않고 불었다. 책을 잡은 손이 시려웠다. 바람에서 어떤 냄새가 날지 궁금했지만, 맡지 못했다. 내 코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참전한 백혈구들을 위한 무덤이었으므로.
두 시간 전에 걸어오며 마주쳤던 모녀를 돌아오는 길에서 다시 만났는데, 지나쳤다. 맑은 봄날에 무스탕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반쯤 열린 옷가방을 들고 있던 어미. 장화를 신고 한 손에는 어미 손이, 다른 한 손엔 화환에 달릴 법한 레이스를 손에 잡고 휘날리며 같이 걷고 있었던 딸내미. 장례식장 부근이었다.
두 시간 동안 비슷한 곳을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위태로워보였다면 나의 기우일까. 해본적도 없는 사회복지사 선서, 어렴풋이 떠올렸다. 나는 스쳐지났다.
이제 좀 다시 변해봐야할 때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