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책 이야기
공무도하
latespring
2013. 5. 2. 22:27
2013. 5. 2
다음 밀물 때까지 물 위에 떠 있을 수는 없었다. 빈 배는 빠르게 나아갔다. 고리 연기 날리고, 선체가 들까불렸다. 후에의 젖은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빈 배로 돌아올 때 후에는 배 뒤쪽에서 젖은 몸을 작게 웅크렸고, 장철수는 마을 쪽을 바라보며 방향을 틀었다. 빈 배로 돌아올 때면, 후에는 배 뒤쪽에서 말했다. 바람이 불어서 후에는 고함질렀다.
―또, 오자. 또. 꼭.
장철수는 앞쪽을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또, 또야? 그래, 또 가자. 꼭. (238쪽)
――
또. 꼭. 잘. 좀. 더.
2013. 5. 5.
작가의 말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문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남은 시간들 흩어지는데, 나여, 또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2009년 가을에 김훈 쓰다
――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