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바다

latespring 2013. 5. 19. 21:43

 

  엊저녁은 밤바다 위에서 커피를 마셨고, 오늘은 설움의 바다 위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제는 설움에도 여유를 쌓아 올릴 수 있게 되었나보다. 울렁이는 파도와 아득한 수평선이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계속보면 현기증이 일 것 같아 간간히 봤다. 넘어갈 수 없는 바다라는 생각이 어지럼증을 불러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방파제 끝,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제 몸을 비출 수 없는 등대는 마주서서 서로의 몸을 비추는 것인가. 평생을 마주하더라도 끝끝내 들러붙지 못할 운명 사이로 배들이 드나든다. 방파제 끝에서 시작되는 그리움, 방파제 사이에서 시작되는 삶. 등대는 그렇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