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의 절반을 살았고, 휴직은 절반이 남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표현할 한 단어를 생각해 봤지만, 찾지 못했다. 단지 '나쁘지 않았다' 정도의 느낌.
한 달 동안 체중을 재지 않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을 때 먹었다. 첫 달은 행복한 돼지로 살았다. 소주에 좋아하는 참치회도 많이 먹었다. 참치를 가장 좋아하지만,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피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피자를 주문하면 딸려오는 그 피클, 반쪽짜리 피클.
최근 이전보다 클래식을 조금 더 듣는다. 20대에는 메탈과 락을 주로 들었는데, 이제 좀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취미가 필요해서인지, 빈 공간을 음악으로 채우는 시간이 많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질리도록 듣고,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 작품들을 듣는다. 귀에 꽂히는 작품들을 반복해서 듣는다.
곧 집으로 돌아간다. 추운 겨울이 얼마남지 않았다. 추운게 싫지만, 봄이 기다려지진 않는다.
올 해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잠시 고민해 봤지만 포기했다. 그냥 즉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