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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속수무책

푸른 밤

by latespring 2014. 3. 20.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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