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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책 이야기

박하 中

by latespring 2020. 1. 14.

 

  우린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모르지

  아침에 일어나면 내 목을 누르는 슬픔

  그저 지나갔으면 했지만

 

  매일의 손님이야, 이슬픔은

  왜 그런지 나도 몰라

  아마도 내 아침의 버릇이겠지

 

  네가 쓰러졌는데도 난 몰랐고

  내가 우는데도 넌 몰랐지

  꼭 우린 모르는 사람들 같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건

  단 하나, 빛나는 우리 인생의 별

 

  살아가는 거야, 서로 사랑하는 우리,

  상처에 짓이겨진 박하 향기가 날 때까지

 

  박하 향기가 네 상처와 슬픔을 지그시 누르고

  너의 가슴에 스칠 때

  얼마나 환하겠어, 우리의 아침은

 

  어디선가 박하 향기가 나면

  내가 다녀갔거니 해줘

 

 

                               - 허수경, <박하> 中

 

 

  다시 읽어봐야겠다.

  지금은 먼 길 떠난 시인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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