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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속수무책

질투는 나의 힘

by latespring 2021. 3. 16.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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