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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속수무책

不醉不歸

by latespring 2013. 4. 6.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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