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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속수무책

가난한 사랑 노래

by latespring 2013. 5. 1.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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