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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샅을 깐,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내 가슴이 꽉 메.. 2013. 2. 6.
기록의 시작 기억은 풍경으로 남는다. 지난일은 몇몇의 장면들이 흐릿한 사진처럼 떠오를 뿐, 그 당시 감정이나 생각들은 모두 풍화되어 버렸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져서 하나의 단어로 밖에 남지 않는다.나는 말을 잘 할줄 모르고, 글도 잘 쓰지 못한다. 그래도 나의 봄날, 내가 본 풍경과 상처들을 훗날에도 아물지 않은 그대로 더듬어 보고 싶다. 그래서 적는다. 글 한줄 적는 것도 힘들지만, 언젠가 익숙해 지겠지. 2013. 1. 27.
고흐의 방 고흐가 행복했던 시절에 그렸다는 몇 점 안되는 가구과 그림, 옷가지, 창과 닫힌 문.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자화상 옆에 걸린 그림이 누군지 궁금하다.침대에 모로 누워있을 고흐가 상상된다. 공간을 채우는 고흐. 고흐를 채운 것은 무엇이었을까내 방을 채우는 것들, 나를 채우는 것들은 무멋인가.먹는것, 포도주, 빵 한조각을 걱정했다는 고흐비슷한 걱정속에 고흐를 채운 것과 나를 채우는 것 2013.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