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걸리를 마시며 된장에 봄동을 찍어 먹다, 봄동이 남았다. 그래서 오늘 된장을 푼데다 봄동과 두부를 넣어 두 끼를 먹었다. 두부의 미진한 맛을 된장이 채웠고, 된장의 끌어안는 맛 속에서 봄동은 달았다.
산에 올랐더니 얼굴 고운 분이 말은 건넨다. 며칠 전에도 올라오지 않았냐고, 책만 보다가 고민이 많느냐고, 얼굴이 너무 허옇다고, 병원에 있냐고까지 물으신다. 머쓱해서 허연 얼굴 좀 바꿔보러 올라왔다했다. 오늘 나에게 처음 말을 건넨 낯선 이.
어두워진 길을 걸으며, 저만치 있는 친구에게 전활 걸었다. 익숙해 질 법 하면서 낯설어 지는 것들.
모모카와 사케, 비싼 청주를 마셨다. 맛보다 향이 진하다. 마시고 나서도 좋은 향이 목을 타고 올라온다. 취기도 괜찮게 오른다.
내일은 냉이를 사야지.
젖니.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와 목덜미에 달라 붙어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