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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쑥국

by latespring 2013. 3. 27.


  어제 사온 쑥으로 국을 끓여 먹었다. 쑥을 살 때, 혼자 먹는다고하니 할매가 2천원어치 사란다. 할매들이 노지로 뜯으러 다니느라 쑥이 좀 비싸다고 할매가 그랬다. 

  쑥국의 맛을 뭐라고 해야할까. 쑥과 냉이는 냄새로 먹는 나물같다. 쑥은 고운듯이 쓴맛이 났는데, 그건 맛이라기 보다 차라리 냄새라고 해야할듯 싶었다. 그렇다면 쑥냄새는 뭐라고 해야하나... 냄새를 말로 풀어낼 수 있을까. 라벤더에서 나는 냄새을 우리는 라벤더향이라고 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냄새 앞에서도 인간의 언어는 한없이 불우해지는구나.

  전주천을 곁에 두고 거슬러 걸었다. 치명자산까지 걸었다. 오르는 길이 짧고 급해서 허벅지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시계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트여있었다. 풍경은 뿌옜지만 내가 알 수 없는 먼 곳까지 보였다. 산과 산 사이로 흐르는 물을 따라 도로가 늘어져 있었고, 차들이 개미처럼 줄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이리도 가까운 곳에 이리도 좋은 저녁놀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있을 줄이야. 다음엔 야경을 보고 싶다. 내려와서 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그냥 개미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투정부릴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끄달리다(꺼두르다), 노루풀(노루오줌), 열적다(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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