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7.
그렇게 서너 달이 흘러 더이상 집에 돈을 가져다주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하는 수 없이 나는 아내에게 고백했다.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옷장에서 바느질 상자를 꺼냈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미뤄뒀던 일이라며 구멍 난 내 양말을 기웠다. 일요일 오후의 일이었다. 두 살 터울의 아이들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뛰어노느라 집을 비운 뒤였다. 아내가 깁고 있는 양말을 보자 나는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아 그만 버럭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놈의 양말 갖다버려. 새로 사면 될걸!"
그때 아내가 날 올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당신 발이 들어 있었잖아. 이걸 어떻게 버려……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우리 뭐 먹을까?"
"……" (12쪽)
――――――
양말에 구멍이나면 버려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갖고 있는 양말마다 구멍이 나있어, 어떠한 양말도 버리지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 의식이 망각을 에둘러 우연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어쨌거나 나에게 8년 전에도 박하가 있었고, 그 박하가 어떠한 이유로 박하였는지 더듬어봐도 막연하지만 또다시 지금 박하가 내게 왔다.
이연과 인수의 박하를 더 빨고 싶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지금 내게 던져진 박하가 나의 8년 전 냄새를 끌고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