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타당의 논리를 세우지 못해, 1년 동안 이리저리로 도망쳤다. 도피처, 망명지는 10년 전의 꿈이었다.
그러한 것을 그러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고 되뇌었 던 그 때.
노란색을 병아리나 개나리 꽃의 빛깔이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때.
나를 총각이라 부르던 말이 아무런 감흥없었을 그 때.
갑자기 한 처녀가 내 앞에 있어, 어떤 이에게 처녀총각이라고 불렸던 그 때,
그 총각은 떨림을 갖는 총각이 되었고, 그 때 다시 詩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詩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한 줌의 언어들은 충분히 나를 괴롭혔다. 그 때, 괴로움과 외로움은 병아리색과 개나리꽃색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으나, 결국 남는 것은 괴로움. 외로움과 괴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던 시간들, 하지만 그러한 시간에서 벗어날 마음 없었으니... 그대로 소중한 시공간들이다.
괜찮다. 이러한 시간들이 다시 나를 찾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더욱 소중하다.